| 정세악화…한국인 이라크 입국금지 당부 | |||||||||
이라크 바그다드시 알자드리야 지역에 위치해 있는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에서는 저녁 8∼9시만 되면 어김없이 이라크 테러단체들의 폭탄 테러공격 소리와 이에 대응하는 미군과 이라크 경찰의 총격소리가 지척에서
들린다. 한바탕의 총격전이 끝나고 나면 무장헬기들이 요란스럽게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탱크들이 육중한 굉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필자는 지난 7월말 이라크에 입국하면서 우리 공관이 위치한 알자드리야 지역의 주소를 열심히 외워 두었다. 외부에 일을 보러 나갔다가 따로 떨어지게 되면 지나가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라크 도착 직후 필자는 자신이 얼마나 이라크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었는가를 반성해야 했다. 경호원이나 운전기사 등을 동반하지 않고 외따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납치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최근들어 이라크 정세가 악화되면서 다국적군과 저항세력간의 공방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위시한 바쿠바, 모술 등의 주요 거점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잇따르고 나자프, 팔루자, 나시리아 등지에서는 다국적군과 저항세력간의 치열한 교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저항세력들의 외국인 납치는 바그다드, 팔루자, 아부그레이브, 모술 등 도처에서 전방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3년 5월 공관업무가 재개되면서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한국교민들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 납치 피살 사건이 발생하고 공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을 때 공관직원들은 허탈하다 못해 끝없는 좌절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공관측은 그동안 김씨가 고용된 가나무역에 대해 수십차례에 걸쳐 안전조치 강화를 당부했다고 한다. 특히 가나무역에 대한 테러첩보가 입수되었을 때 공관에서는 즉각 두 번이나 연락을 취해 팔루자 등 위험지역에 한국인 직원의 출입을 삼가고 물품 운송시에는 현지인 직원만을 이용할 것, 불가피한 외부 출입시에는 반드시 무장경호원을 대동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체적 지침을 전달하고 즉각 시행을 촉구하기까지 하였다. 이는 김선일씨가 운전기사와 단둘이 팔루자로 출장을 떠나기 고작 보름전의 일이라고 한다. 이라크 저항세력과 테러단체들의 외국인 납치는 외교관ㆍ기업인ㆍ종교인ㆍ언론인ㆍ트럭운전사 등 신분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03년 11월에는 일본 외교관이 탑승한 차량에 테러요원들이 총격을 가해 외교관 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였으며, 지난 8월2일에는 같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인 2명과 이웃국가인 터키인 1명을 납치 살해한바 있다. 8월8일에는 미 시사주간 <타임>지 한국인 사진기자 C씨가 저항세력에 의해 억류됐다가 15시간여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또한 급진ㆍ과격화되고 있는 이들 테러단체들은 자신들의 이슬람 정신에 위배되는 타 종교인에 대한 위해도 서슴치 않고 있다. 8월2일 하루동안에 바그다드 4곳, 모술 1곳의 교회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차량폭탄 공격으로 20여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이라크 내 75만 기독교인들 사이에 심각한 불안감이 조성되어 있고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인접국으로의 피난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주이라크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불안한 치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그리운 가족들과 떨어져 공관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24시간 내내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힘든 여건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정세불안지역의 교민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왔다. 지금까지 공관에서는 50여회에 걸쳐 이라크 치안정세에 따른 주의촉구 내지 안전한 출국을 당부하는 공지사항을 교민 개개인에게 발송해 왔으며, 비상연락망 체계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놓고있다. 최근에는 한국인들의 이라크 입국을 절대 삼가 해주고 이라크에 남아있는 교민들은 조속히 철수해 줄 것을 당부하는 공지사항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숨가뿐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정세를 감안할 때 이는 공관의 당부가 있기 이전에라도 각 개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공명심에 들떠 있거나 위기를 기회로 착각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수시로 이라크 입국 기회를 엿보고 있어 공관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공관의 당부사항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협조함으로써 제2의 김선일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성숙된 면모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김승호(주 이라크 홍보관) |